신박하다 뜻 제대로 알려드릴께요

요즘에는 '신박하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어제 아는 동생이 신박하다는 단어를 사용해서,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지 물어보니, 신기하다고 할 때 쓰는 단어 아니냐고 하더군요.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지만 그렇게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해주고, 신박하다의 제대로 된 어원과 뜻을 찾아봤는데, 거의 모든 블로그가 잘못된 내용을 검증도 없이 보고 베껴서 신박하다 뜻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 성을 지키는 성기사를 이기기 어려워서 어쩌고..
• 신기하다에서 기를 박으로 바꿔서...
• 신기하다와 대박이다를 합쳐서....

 

 

신박하다 뜻 제대로 알려드립니다

일단 신조어 '신박하다'의 뜻은 '매우 신기하다' '놀랍고 신기하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뜻보다 신박하다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신박하다의 어원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나왔습니다. 신박하다의 정확한 뜻을 알려드리기 위해 게임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을 모르는 분들도 최대한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끝까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04년 출시하여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하 와우 WOW)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당시 너무너무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소위 매우 흥했습니다. 당시 플레이포럼(플포)이라는 곳과 디씨인사이드 와우 갤러리(와갤) 이 두 군데가 커뮤니티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와갤은 역대급 화력을 자랑하던 당대 최대의 커뮤니티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와갤에서 나온 유행어가 꽤 있는데 지금 소개해드릴 '신박하다' 이외에도 '킹왕짱', '끔살', '종결자' 등이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와우라는 게임에는 성기사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이 성기사의 특징이 무적 기술이 있어서 잘 죽지도 않으면서 대미지도 잘 나오는 직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사기 캐릭터 터였던 거죠.

 

특히 이 성기사는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3가지 특성으로 나누어지는데, 특성 이름이 각각 징벌, 보호, 신성이었습니다. 각각의 특성은 공격, 방어, 치유(힐)에 특화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 특성을 가진 성기사를 구분하여 각각 아래와 같이 불렀습니다.

 

• 징벌 성기사 >> 징벌기사 >> 징기
• 보호 성기사 >> 보호기사 >> 보기
• 신성 성기사 >> 신성기사 >> 신기

 

 

당시에 모든 커뮤니티의 논란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성기사의 사기성이었습니다. 일단 너무 안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데미지를 무시하는 무적 기술이 있다 보니 절대 죽지 않고 도망가는 성기사의 모습이 마치 바퀴벌레 같다고 해서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성기사 네임드 모음집

 

그래서 성기사라는 직업을 성바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좀 더 흘러 부르기 쉽고 입에 착착 붙는 '성박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성기사의 3가지 특성은 아래와 같이 별명이 붙었습니다.

 

• 징벌 성기사 >> 징벌기사 >> 징기 >> 징박(휘)
• 보호 성기사 >> 보호기사 >> 보기 >> 보박(휘)
• 신성 성기사 >> 신성기사 >> 신기 >> 신박(휘)

 

이제 좀 눈에 익어지셨나요? 맞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신박하다'는 여기에서 온 단어입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적 기술을 사용하여 죽지도 않는 성기사

 

이렇게 사기성이 짙은 성기사, 특히 치유에 특화된 신성기사 일명 신박은 죽지도 않는 생명력으로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은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유저가 많이 모이는 와갤에서는 그 강도가 매우 심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플레이포럼(플포)에서는 성기사를 좋은 캐릭터로 보고 성박휘로 조롱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플포와 와갤은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커뮤니티였습니다.

 

죽지도 않는 성기사의 얄미움

 

이렇게 성기사가 조롱을 받다보니 와갤에서는 사전적인 의미로 징기, 보기, 신기 등의 단어가 사용되면 바로 징박, 보박, 신박으로 바꾸라고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에서 징기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았고, 보기는 보박으로 바꾸면 어감이 이상해서 몇 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기의 경우에는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유독 자주 태클을 당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용자가 신기, 보기의 사전적 의미로 사용하여 와갤에 글을 작성하였을 때, 아래와 같은 댓글들이 수없이 달렸습니다.

 

얘들아 이거 봤어? 이거 신기하다
 ㄴ 뭐? 신기? ㅋㅋㅋ
 ㄴ 신기? 너 첩자지? (당시 플포와 와갤은 사이가 안좋았음)
 ㄴ 신기? ㅋㅋ
 ㄴ 신박으로 써라
 ㄴ ㅋㅋㅋ 신박하다

얘들아 미리 보기 봤냐?
 ㄴ 뭐? 보기?
 ㄴ 보기? 너 첩자지?
 ㄴ 보박으로 바꿔라

 

이렇게 커뮤니티가 운영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신기라는 단어 대신 신박'을, '보기라는 단어 대신 보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박은 어감이 이상해서 사장되었고, 어감이 괜찮은 신박하다는 살아남아 와갤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와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면서 '신박하다'라는 단어가 다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신기하다+대박이다와 같이 뭔가 뜻이 통하는 단어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서 현실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거의 표준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게임에서 시작되어 현실까지 침투한 여러 유행어들과 밈(MEME)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단어들의 뜻이나 기원에 대해서 자세하고 쉽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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